“이건 3일이면 끝나지.” 그리고 항상 7일이 걸렸다. 우리 대부분은 일정을 세울 때 너무 낙관적이다.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예정보다 자주 미뤄진다. 이런 반복되는 ‘착각’에 이름이 있다. 바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다.
1. 개념 정의
계획 오류란, 사람들이 미래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나 자원을 과소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주관적으로는 현실적이라 느끼지만,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예측을 실패하게 만든다.
1979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이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계획을 세울 때 반복적으로 낙관적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 나의 경험: 포트폴리오 제출 마감 3일 전의 기억
디자인 과제를 준비하던 3학년 2학기, 나는 포트폴리오 제출을 ‘3일이면 완성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이아웃 구성, 이미지 정리, 피드백 반영, 출력 테스트까지 실제로는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한 번 해봤으니 이제는 감이 왔다”는 착각 속에서, 나는 두 번째도 또 3일을 예상했다. 당연히 또 마감 전날 밤을 새웠다.
이처럼 계획 오류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뇌가 시스템적으로 범하는 예측 오류에 가깝다.
3. 자주 나타나는 상황
- 학생: 레포트 작성을 하루면 끝날 거라 생각하지만 항상 이틀 이상 소요
- 프리랜서: 클라이언트 작업 시간 과소예측으로 일정 밀림
- 프로젝트 매니저: 팀 단위 일정 계획에서 반복되는 오차 발생
- 개인 일정: 이사, 여행 준비, 결혼 준비 등 실제보다 여유 있게 잡지 않음
4. 왜 우리는 반복해서 낙관할까?
① 내부 중심적 사고(Inward Thinking): 사람들은 외부 변수보다 자신의 의지, 능력, 동기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는 달라”라고 생각하며 낙관한다.
② 기억 왜곡: 과거에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않거나, 기억이 미화되어 있다. 뇌는 불쾌했던 과거를 줄여서 저장한다.
③ 사회적 압박: 타인에게 짧은 기한을 제시해야 유능해 보인다는 압박감
④ 불확실성 회피: 변수(피드백, 돌발 상황 등)를 감안하면 계획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낙관한다.
5. 해결 방법
- 유사 작업 참조: 비슷한 작업에 걸렸던 실제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 세우기
- 작업 분할: 큰 단위가 아니라 세부 단계로 나눠 각 단계별 시간 측정
- 추정 시간 x 1.5: 자신이 예상한 시간보다 최소 1.5배 더 확보하기
- 되돌아보기 기록: 과거 작업별 실제 소요 시간 정리해두기
나는 이후, 구글 캘린더에 ‘예상 소요 시간’과 ‘실제 소요 시간’을 각각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데이터를 몇 달간 축적하니, 나의 일정 감각 오류가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디자인 리서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2배는 오래 걸렸다. 이후로는 계획 세울 때 그 데이터를 우선 참고한다.
6. 오늘의 요약
계획 오류: 사람은 미래의 과업을 실제보다 더 빠르고 쉽게 완료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내부 중심적 사고, 기억 왜곡, 낙관주의가 원인이며, 이를 극복하려면 경험 기반 추정이 필수다.
7. 다음 예고
다음 편에서는 자기 본위 편향(Egocentric Bias)에 대해 알아본다. 왜 우리는 항상 자신이 더 많이 기여했다고 느끼는 걸까? 그룹 과제와 팀플 속 심리를 들여다보자.
※ 본 글은 대학 프로젝트 경험, 시간 계획 실패 기록, 인지심리학 문헌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